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인간이라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잘나가던 친구가 망하거나, 다른 사람의 불행이 나의 행복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인간의 복잡한 면을 잘 보여주는 흥미로운 개념으로 다른 사람의 실패나 불행에서 기쁨을 느끼는 감정을 심리학에서 ‘샤덴프로이데’ 라고 부른다. 
이 단어는 샤덴(Schaden;피해)과 프로이데(Freude;기쁨)의 합성어로 단어 자체가 뜻을 직접 품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경쟁과 비교본능이 어떻게 우리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지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샤덴프로이데의 감정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 심리 속에 뿌리내려져 있어 심리학 용어로 쓰인다. 동양에서도 유교와 불교 할 것 없이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정을 다루는 교훈이 많이 있다. 특히 불교에서는 자비(慈悲)와 공감을 강조하며 타인의 고통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결국 스스로에게 정신적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경고한다. 불교 경전에서 “다른 이의 고통을 즐기는 자는 자신의 괴로움을 키울 뿐이다.”라는 가르침은 서양에서 말한 샤덴프로이데의 부작용을 잘 나타내는 말로 보인다.  

서양철학에서도 이런 감정은 철학자들 사이의 경쟁 속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드러난다. 쇼펜하우어는 당대 최고의 철학자로 인정받던 헤겔을 엄청나게 시기 했었다. 그래서 베를린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을 때 헤겔의 강의시간에 맞춰 같은 시간에 정면 도전을 했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참패로 돌아갔다. 단 한명의 학생도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을 찾지 않고 모두 헤겔의 강의실로 갔기 때문이다. 쇼펜하우어는 평생 헤겔을 질투하면서 자기가 키우던 개 이름을 유치하게 헤겔로 정해서 기분이 좋지 않을 때에는 헤겔의 이름을 부르며 욕을 퍼붓고 발로 차기까지 하며 학대했을 정도다. 이러한 예는 샤덴프로이데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위치에 깊이 얽혀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별로 친하지 않는 친구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경쟁자가 승진에 실패했을 때, 혹은 유명인사가 스캔들이 폭로 되었을 때 사람들은 미묘한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때에 따라 해방감이나 작은 쾌감을 동반하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적 역학이 숨겨져 있다. 왜 우리는 타인의 불행에서 기쁨을 느낄까, 의문도 따른다.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자. 

첫째, 샤덴프로이데는 인간의 본능적인 경쟁심에서 기인한다.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다른 사람(특히 가까이 있는 비교대상)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이러한 비교는 자신이 더 나은 위치에 있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가까이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이 실패할 때 느끼는 기쁨은 자신의 자존감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가져 온다. 둘째, 억압된 감정의 해소라는 측면이 있다. 평소에 품었던 질투, 분노, 스스로의 열등감 등이 타인의 실패를 보며 다소 해소되면서 일종의 심리적 균형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샤덴프로이데는 부정적 측면도 안고 있다. 이 감정이 너무 지나치면 서로 간에 신뢰가 쌓이지 못하고 협력 문화가 약화되어 자기 자신도 부정적인 사고에 갇힐 위험성도 동반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의 실패를 즐기다보면 협력해야하는 업무환경이 파괴될 수 있고 사회적 연결망도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샤덴프로이데에 지나치게 몰두하다보면 자신에 삶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지며 필요치 않는 경쟁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샤덴프로이데를 어떻게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첫째로 인간이라면 이 감정을 누구나 느끼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드려야 한다. 이를 부정하거나 억압하기 보다는 스스로 느끼는 감정을 객관적으로 살피고 그 원인을 성찰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로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역지사지하는 시각으로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샤덴프로이데를 단순한 기쁨이 아닌 타인을 이해하고 연대감을 키우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샤덴프로이데를 넘어서 서로의 좋은 일에 축하해주며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개인과 공동체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이고 비교와 경쟁대신 협력과 상호 지원의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현대사회는 경쟁 속에서 살아가도록 강요받고 있지만, 진정한 행복은 타인의 실패에서 찾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에서 와야 한다. 샤덴프로이데를 넘어서려면 서로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 선진 시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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