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칼럼니스트 / 자기계발서작가

임금으로부터 선물로 하사받은 술을 흐르는 강물에 부어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 했다는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중국 고사에서 여러 군데에 나온다. 먼저 진(秦)나라가 천하통일을 하고 권세가 높아진 진시황(秦始皇)의 생물학적 아버지 여불위(呂不韋)가 지어 일점일획이라도 고칠 수 있다면 천금을 주겠다고 하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이야기다. 

월(越)나라 왕 구천(句踐)이 회계산의 치욕을 뼈저리게 견뎌내고 민심을 얻어서 필사적으로 오(吳)나라에 보복하는 것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잠자리는 편안하지 않게 했고, 입은 진한 맛을 즐기지 않았고, 눈은 아름다운 여인을 보지 않았고, 귀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지 않았다. 3년간 몸을 고되게 하고 힘을 쏟았으며 입술을 태우고 허파를 말렸다. 안으로는 뭇 신하를 가까이 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양육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이 자신에게 오도록 만들었다. 

어떤 맛이 있고 연한 음식이 부족하면 감히 혼자 먹지 못했고, 한 병의 술이라도(簞) 강물에 섞어서(投川) 백성들과 함께 나누었다. 자신이 몸소 밭을 갈아서 밥을 먹었고, 아내는 몸소 옷감을 짜서 옷을 해 입었다. 맛은 진기한 것을 금했고 옷을 두껍게 껴입는 것을 금했으며 옷 색깔은 울긋불긋 만들지 못하게 했다. 

때때로 길을 나설 때에는 수행하는 수레에 음식을 싣고서 야위고, 병들고, 궁핍하고, 안색이 초췌하고, 넉넉지 못한 고아, 과부, 노약한 사람들을 보면 반드시 직접 그들을 먹였다. 그러고서 모든 대부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호소했다.  

“나에게 한 가지 소원이 있는데 오나라와 겨루어 하늘의 참 마음을 구해보는 것이요. 오나라와 월나라로 하여금 서로 겨루어 살육하고 사대부들은 간과 허파를 짓밟다가 같은 날에 함께 죽으며, 나와 오나라 임금이 목을 맞대고 팔을 서로 교차시켜 잡고서 쓰러지는 것이 바로 나의 가장 큰 소원이요.” 하였다. 

그 후 월나라는 오나라를 공격 했는데 준비가 없던 오나라는 크게 패해 왕궁까지 포위되었으며 성문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부차가 사로잡혔으며 재상은 살육되었다. 오나라가 구천에게 모욕을 준지 불과 2년 만에 일어난 복수다. 

한집단의 우두머리가 최고 지도자로 군림만하고 갑질만 일삼으며 잘못된 책임이 있을 때에 아랫사람에게 돌린다면 조직이 어떻게 되겠는가. 권한이 부여되면 권한만큼 책임도 따르는 것이 세상 이치다. 월왕 구천같이 손수 남보다 앞장서서 혜택을 누리지 않고, 본보기가 되어 솔선수범(率先垂範)한다면 따르지 않을 백성이 누가 있겠는가. 

반드시 국가뿐만이 아니다. 어떤 조직이든지 최고 위치에 있는 지도자가 앞장서면 따라가기 마련이다. 생색내는 일만 하려고하고, 궂은일은 아랫사람에게 미루며 특히 잘못이 생기면 책임회피하려고 하는 것이 만연되어있다. 이런 조직은 발전할리 만무하다. 

특히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은 그 권력이 어디에서 나와서 나에게 주어졌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민들이 만들어준 권력인데 그것을 망각하고 국민들을 아랫사람 대하듯 군림하려 든다. 이시대의 위정자들도 자신의 술을 강물에 부어 나누려는 자세를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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