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여성국극을 주제로 한다.

이 드라마는 전통예술과 여성의 역할을 재조명하며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문화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머릿속 에서도 가물거릴 만큼 잊혀져있던 여성국극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드라마였다.

여성국극은 여자 배우들의 남장 연기, 창과 무용 등 지금의 뮤지컬처럼 무대장치와 화려한 의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여성국극은 단체들의 난립과 작품성의 저하, 그리고 TV·라디오의 등장으로 10여 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드라마 ‘정년이’는 오랜 시간을 공을 들여 창과 무용을 익혀왔던 주인공들의 열정과 열연의 이면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가 그렇게 빨리 번성하고 빨리 쇠퇴하는 씁쓸한 여운이 함께 남아 있다.

하지만 특히 가슴 깊이 여운이 남는 배역이 있었으니 매란국극단 단장 강소복(나미란 역)이다.

강소복은 예술인으로서의 자긍심, 조직을 이끄는 강단과 포용력과 인간미에 이르기까지 리더로써의 덕목을 드라마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한다.

국극단의 해체 위기에서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단원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자신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해 준다.

한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강직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에 이르기까지 국극단원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 앞서 가는 어른으로 지켜야 할 덕목들을 드라마의 배역을 통해 담아냈다.

조선말기 시인인 임연당 이양연은 임연당별집에서 ‘눈 쌓인 길을 걸을 때 어지러이 가지 마라’(답설야중거 불수호난행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고 했다.

눈 쌓인 길의 첫 발자국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지도자의 첫 번째 덕목으로 청렴과 정의로움을 꼽았다. 또한, 지도자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모범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어른들과 지도자는 어떠한 모습인가.

뒤를 이어가는 후대들의 미래를 위해 그들에게 올바른 족적을 남기고 있는지, 청렴과 정의로움을 기본으로 서로 소통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참 어른의 역할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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