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_칼럼니스트 자기계발서작가

한옥을 짓는데 기둥이나 대들보로 쓸 만한 큰 재목을 동량지재(棟梁之材)라고 한 것처럼 집안이나 나라를 떠받치는 큰일을 할 만한 인재를 동량지기(棟梁之器)라고도 한다.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말을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하고 도량이 큰 인물에 작은 일을 맡길 때는 대기소용(大器小用)이라고 빗대서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큰 인물을 그릇에 많이 비유한다. 

큰일을 할 사람을 하늘이 내린다는 대기천성(大器天成)도 있다. 덕기천성도 마찬가지다. 덕망이 있는 큰 인물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다. 이처럼 어질고 덕스러운 도량과 재능을 겸비한 인물도 하늘이 주는 것 이란 성어는 인품이 훌륭한 사람을 극찬할 때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하늘이 낸다고 해도 이러한 사람은 끊임없이 자신을 수양해 사표(師表)가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논어》〈자로편〉에 공자는 큰 임무를 맡을 사람의 자세를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올바르면 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저절로 시행되고, 자신이 올바르지 못하면 명령을 내려도 시행되지 않는다.”고 했다. 위정자들이 마땅히 자신이 솔선수범해야함을 말한 것이다. 윗자리에 있는 자가 그 몸이 바르면 교령을 내리지 않아도 백성들이 스스로 교화되어 따르고 바르지 못하면 교령을 내린다 해도 백성들이 따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하늘이 내린다는 덕스러운 성인이란 이 말은 뚜렷한 유래는 없는데 현존하는 인물을 말하는 것 보다는 고인을 기리는 제문에서 많이 쓰였다. 한국 고전에 등장하는 예문 중에 잘 표현된 것을 하나 보면 “큰 재능은 반드시 쓰이기 마련이고 지극한 보배는 아로새기지 않는 법, 덕기는 하늘이 이루었고 문장은 절로 넉넉하였네.” (大才必用 至寶不雕 德器天成 文章自饒)   조선 중기 때 학자 권호문(權好文)의 《송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논어 500여 문장 중에 가장 짧은 구절이 군자불기(君子不器)다. 직역하면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로 해석되는데 천하의 공자가 그런 말을 하려고 군자불기라고 했을까. 공자가 말하는 그릇은 용도가 일정하게 정해진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다. 군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말고 두루 살펴 원만하게 여러 가지에 통달하라는 말이다. 

요즘도 사람을 평가할 때 그릇에 자주 비유한다. 저사람 그릇이 크다거나 또는 그릇이 좁쌀만큼 작다고 평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공자는 그냥 크면 크다고 하면 될 텐데 그릇이 아니다 고 했을까. 그릇을 생업과 연관 지어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그릇은 물건을 담는 것만 한정해서 말하지 않고 농사에 사용하는 연장이나 도구도 그릇으로 보았다. 그러니까 사람은 한정된 도구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말한 군자불기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단순한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항상 주위를 기울이며 한 분야에만 쓰이는 도구가 되지 말고 무슨 일을 맡겨도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신뢰할만한 인격자가 되라는 말이다. 

성현들의 말씀에 30살 전 얼굴은 부모로부터 받은 얼굴이지만 30이후의 얼굴은 내가 만들어 간다고 한다. 젊은 시절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키도 훤칠하면 잘생겨 보이고 부러워한다. 그러나 40대에 들어서면 외모보다도 위치를 보게 된다. 그래서 타고난 것을 탓하지 말고 스스로 자기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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